학생 때 구입한 thinkpad T42p를 사용한지 올해로 4년째, 하드디스크와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한 후 5년을 채우고 은퇴시키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아침 전원이 안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하여 -_- AS센터를 방문한 결과 보드가 나갔으니 50만원을 내라는(대충 노트북 중고가와 비슷하다) 청천병력같은 진단을 듣고, 새로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했다. 지난 1년간 여기저기 잔고장이 많이 나서 AS센터도 많이 다니고 부품 업그레이드하느라 돈도 수월찮게 들어갔는데, 더 이상 돈을 들이기는 싫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눈 딱 감고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구입하게 된 녀석이 여기 있는 T61p-CTK모델이다.
소량만 유통된 모델이라 lenovo 홈페이지에서 제품명 검색을 해도 안 나오는 이상한 모델인데, 알고보니 이런 소량 생산 모델이 몇 종류 있고 홈페이지에 각각 등록하기 어려워서 올려놓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판매점에서 상담을 하다가 불량화소 때문에 반품 들어온 모델을 LCD교체 후 싸게 주겠다는 말에 구입을 했는데, 구입 후 홈페이지에 "없는 모델입니다"라고 떠서 완전 당황했었다는..
T61p-CTK 사양은,
Vista ultimate K
펜린 T9300 (2.53G)
RAM 2G DDR2 (PC-5300)
WUXGA (1920x1200) 15.4 inch
nVidia Quadro FX570
160G Hitachi 7200rpm (7k200)
DVD multi
9 cell battery, 2.7kg
정도인데, 이 중에서 하드디스크와 메모리를 320G, 4기가로 업그레이드하고 구입 당일 운영체제를 windows XP로 낼름 다운그레이드 받아왔다. 제조사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르지만 Lenovo의 경우 Vista business이상의 운영체제가 딸려 오는 제품의 경우 설치비 3만원만 받고 XP로 다운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하는 작업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엔지니어 한 명이 꼬박 3~4시간을 달라붙어서 하나하나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는 작업이라 어쩔 수 없이 공임으로 3만원을 받는 거라고.. 운영체제에 대한 라이센스료는 추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T61p-CTK보다 사양이 떨어지는 T61p-A22가 용산에서 대략 230만원정도 했는데, 반품 들어온 반 중고라는 점을 이용하여 CTK모델을 190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전에 구입했던 T42p는 국내판은 너무 비싸서 미국에서 구매대행을 했음에도 300만원이 넘었는데, T시리즈 최상위 제품이라는 국내판 "p" 모델을 200만원이 안 되는 값에 구입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WUXGA display
1920x1200 정도의 화면이면 가로로 반을 갈라도 960x1200의 크기가 나오기 때문에, 두 개의 창을 띄워놓고 작업을 할 수 있고, 문서 작업을 할 때나 pdf 파일을 볼 때 정말 편리하다. WUXGA 디스플레이를 가진 노트북은 몇몇 회사에서 나오지만 대부분 16, 17인치이고, 15.4인치는 Lenovo에만 있다는 점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IBM시절보다 퇴보하고 있음에도 다시 Lenovo thinkpad(IBM thinkpad가 아닌)를 구입하게 되었다.
15.4" WUXGA 패널은 삼성과 엘지 두 회사에서 lenovo에 공급하고 있고, 내 노트북에는 엘지에서 생산한 패널이 달려 있다. 시야각은 스펙상 130도, 100도이지만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고, Luminance도 괜찮은 편으로, 패널 자체의 품질은 좋지만 초기 디스플레이 세팅은 화면이 푸르스름하고 contrast가 낮게 설정되어 있어 수동으로 별도의 설정을 해 주어야 했다. Adobe gamma를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던 T42시절과 비교하면 좀 섭하지만, 그다지 불만은 없다.
LG-Philips: LP154WU1
Luminance [cd/㎡]: 210
Contrast Ratio: 500:1
Viewing Angle Vert/Hori: 100/130
Samsung: LTN154U2
Luminance [cd/㎡]: 175
Contrast Ratio: 600:1
Viewing Angle Vert/Hori: 100/130
Quadro FX570
T61시리즈 중 상위모델답게 T61p에는 Quadro FX가 달려 있다.
원래 설치되어 있던 구형 드라이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Lenovo에서 새로 업데이트하라는 새 버전을 설치하면 IRQ error가 뜨면서 XP에서 그 보기 어렵다는 blue screen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 문제는 드라이버를 roll-back해도, 완전히 제거한 후 다시 드라이버를 설치해도 그대로라서, windows 갈아엎는 수밖에 없었다.
FX570은 최근 nVidia 칩이 그러하듯, CUDA 기능을 지원하여 동영상 decoding이나 Photoshop CS4등에서 display가속에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 KMplayer를 개발하던 분이 스카웃되어 제작한다는 다음팟플레이어가 CUDA를 이용한 video decoding을 지원하는데, H.264 포맷으로 코딩된 HD~Full HD급 동영상을 CPU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플레이할 수 있다. Photoshop CS4의 display가속 기능을 이용하면 image display, transition, zooming, canvas rotation 등에 GPU를 사용할 수 있다.
만듦새
티타늄 합금으로 마감한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T61p는 전면이 플라스틱이고, 코팅도 이전보다 약해서 모서리는 쉽게 벗겨진다. T42p는 모서리가 닳는데 1년이 넘게 걸렸던 것 같은데, T61p는 이미 한 달만에 모서리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중이다. 디스플레이 테두리를 줄이고, 모서리를 깎아 소형화와 날렵한 디자인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T40시리즈와는 다르게, 테두리는 매우 두꺼워졌고, 노트북은 숫제 직육면체가 되었다. 15.4인치 16:10인 T61p는 원래대로라면 15인치 4:3인 T42p와 비교해서 세로는 짧고 가로로 길어야 하는데, '광활한' 모니터 테두리 덕에 세로는 거의 같고, 가로는 왕창 긴 대형노트북이 되었다. 풀사이즈 키보드를 장착하고도 키보드 양쪽으로 3cm정도의 공간이 남는데, 차라리 이 공간을 살려 좀 더 좋은 스피커라도 달아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스피커는 엉뚱하게도 키보드 위쪽의 좁은 곳에 올라앉아 있고, 키보드 가쪽은 그냥 비어 있다.
키보드
최근 Thinkpad 키보드가 명성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다른 노트북 키보드를 압도했던 old Thinkpad 시절에 비해 thinkpad는 퇴보하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이전에 쓰던 T42p(영문판)이 수작이었다면, 데스크탑용 lenovo ultranav키보드는 졸작, 예진이가 쓰는 x60s와 지금 구입한 T61p는 범작 정도가 되겠다. 물론 이건 thinkpad키보드 기준이고.. 다른 노트북이나 시중에 많이 파는 펜타그래프 방식 키보드와 비교하면 T61p는 상위권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손가락을 올려놓았을 때 키캡이 미세하게 후들후들거리는 대부분의 저가형 키보드는 아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_-;;
이것저것 쓰고 싶은 건 많은데 글이 길어져서 힘드네..
PS. T61p의 thinkpad로고. 원래는 삼색 IBM thinkpad로고가 들어가는 자리인데, lenovo가 IBM PC부문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이 자리에 곧 lenovo로고가 들어간다는 소문이 돌았었고, 유저들이 '분노'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lenovo로 인수된지 이제 4년이 넘었는데 lenovo는 브랜드는 감히 쓰지 못하고, 겨우 IBM 세 글자만 없어지고 로고 크기와 모양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시중에서 이삼천원 정도에 구할 수 있는 삼색로고 스티커를 사서 붙이면 최소한 IBM thinkpad 기분은 낼 수 있다. 만약 여기에 모양이 바뀐 lenovo로고를 달아놨다면, 구매의욕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